도난사건 피해자, “출동한 경찰, 지문채취 안 해”
지문채취 확인 질문에는 정보공개 청구하라는 답변만
정보공개 청구에는 “수사에 관한 사안이라 알려줄 수 없어”
[여민일보 김태환 기자, 2021.04.03 12:56] 지난 1월 한 달간 세종시에서 차량털이 피해 두 건이 제보됐다. 소담동은 지난달 7일, 한솔동은 18일에 발생했다.
사실 취재와 정확한 전달을 위해 피해자와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피해자들은 차량털이 도난 사건으로 각 400만 원과 1000만 원에 달하는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두 피해자 모두 증거자료로 블랙박스 영상을 제공했다.
그런데 블랙박스에 찍힌 소담동과 한솔동 용의자의 인상착의가 비슷했다. 옷, 신발, 모자 등의 차림새와 체형까지 닮았다. 기자와 피해자 모두 동일범의 소행일 것으로 판단했다.
피해자 모두 경찰 수사 속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수사가 너무 더디다는 것이다. 이러다가 피해물품이나 금액 회수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피해자도 더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그리고 인터뷰 중 더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소담동 차량털이 발생 신고를 받고 출동한 보람지구대 초동수사팀이 지문채취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학수사대가 신속하게 출동해 지문채취를 마친 한솔지구대와 대조적이다.
영화 ‘살인의 추억’ 속 막무가내 수사를 하던 1980년대가 아닌 2021년에 지문채취를 안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보람지구대에 전화를 걸었다. 지문채취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담당자는 정보공개청구를 해야지만 알려줄 수 있다고 답했다.
“정보공개 청구를 하시라니까요”라는 말을 되풀이하긴 했지만, 지문채취를 했다는 대답은 끝내 하지 않았다.
과연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알려주는지 실제로 청구를 해보았다. 그런데 경찰 관계자는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에 관한 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21세기에 돌입한 지 20년 넘게 흐른 시점에서, 과학수사를 활용하지 않는 행정과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했다. 그것도 행정수도에서 말이다.
수사를 취미로 하는 거라면 모를 수도 있고, 깜빡할 수도 있다.
그런데 경찰은 수사 전문가 집단이다. 업무에 허술함이 없도록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급하고, 교육도 제공하고, 경력을 우대하여 호봉을 인정해 준다.
경찰이 과학수사를 적극 활용해 나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행정수도이자 첨단스마트시티를 추구하는 도시라고 해서 더 나은 수사기법을 사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기본만 지켜주면 된다.
경찰행정이 행정다워질 때 국민은 각자의 일에 몰두할 수 있다.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면서 말이다.
경찰이 빈틈을 보이는 순간 최대 수혜자는 범죄자가 된다.
출처 : 여민일보(http://www.yeomi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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